

1. 쌍서품(雙品)


어느 때, 부처님이 ‘기사굴’ 상에서 정사(精舍)로 돌아오시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묵은 종이를 보시고, 비구를 시켜 그것을 줍게 하시고, 그것은 어떤 종이냐고 물으셨다. 비구는 여쭈었다. “이것은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 향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가시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새끼를 보시고, 줍게 하여 그것은 어떤 새끼냐고 물으셨다. 제자는 다시 여쭈었다. “이것을 생선을 꿰었던 것입니다. 비린내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에 말씀하셨다. “사람은 원래 깨끗하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부른다. 어진 이를 가까이 하면 곧 도덕과 의리가 높아가고, 어리석은 이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과 죄가 이른다. 저 종이는 향을 가까이해서 향기가 나고, 저 새끼는 생선을 꿰어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다. 사람은 다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만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을 모를 뿐이니라.” - 법구비유경, 쌍서품 1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이 된다 마음은 주(主)가 되어 모든 일을 시키나니 마음 속에 악한 일 생각하면 그 말과 행동 또한 그러하리라 그 때문에 괴로움은 그를 따르리 마치 수레를 따르는 수레 바퀴처럼 2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이 된다 마음은 주가 되어 모든 일을 시키나니 마음 속에 착한 일 생각하면 그 말과 행동 또한 그러하리라 그 때문에 즐거움이 그를 따르리 마치 형체를 따르는 그림자처럼 3 그는 나를 욕해 꾸짖고 나를 때리고 나를 이겼다 이렇게 굳이 마음에 새기면 그 원한은 끝내 쉬지 않는다 4 그는 나를 욕해 꾸짖고 나를 때리고 나를 이겼다 이렇게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그 원한은 이내 고요해진다 5 원망으로써 원망을 갚으면 끝내 원망은 쉬지 않는다. 오직 참음으로써 원망은 쉬나니, 이 법은 영원히 쉬지 않는다. 6 남의 허물만을 꾸짖지 말고 힘써 내 몸을 되살펴 보자. 사람이 만일 이렇게 깨달으면 그 때문에 다툼은 길이 쉬리라. 7 생활의 즐거움만을 좇아 구하고 모든 감관(感官)을 보호하지 않으며, 먹고 마심에 정도가 없고 마음이 게으르고 겁이 많으면, 악마는 마침내 그를 뒤엎나니, 바람이 약한 풀을 쓸어 넘기듯. 8 생활의 즐거움만을 구하지 않고 모든 감관을 잘 지키며, 먹고 마심에 절도가 있고 항상 정진(精進)하여 믿음이 있으면, 악마는 그를 뒤엎지 못하나니, 마치 바람 앞에 우뚝한 산처럼. 9 마음에 독한 태도 버리지 못하고 욕심을 따라 휘달리면서 스스로 자기를 다스리지 못하면 그는 법의(法衣)에 알맞지 않다. 10 마음에 독한 태도 뱉어 버리고 고요히 모든 계(戒)를 잘 생각하며, 마음을 항복받아 스스로 다스리면 그는 법의(法衣)를 입기에 알맞다. 11 진실한 것을 거짓으로 생각하고 거짓인 것을 진실로 생각하면, 이것은 끝내 그릇된 소견이라, 마침내 참 이익을 얻지 못한다. 12 진실을 알아 진실로 생각하고 거짓을 보아 거짓으로 알면, 이야말로 정당한 소견이라, 그는 반드시 참 이익을 얻는다. 13 지붕 잇기를 성기게 하면 비가 오면 곧 새는 것처럼, 마음을 조심해 가지지 않으면 탐욕이 곧 이것을 뚫는다. 14 지붕잇기를 총총히 하면 비가 와도 새지 않는 것처럼, 마음을 단단히 거두어 가지면 탐욕이 이것을 뚫지 못한다. 15 이승에서 걱정하고 죽어서 걱정하고, 악을 행한 사람은 두 곳에서 걱정한다. 이것도 걱정이요 저것도 두려움, 죄를 지은 자기의 더러운 업(業)을 보고. 16 이승에서 기뻐하고 죽어서 기뻐하고, 선을 행한 사람은 두 곳에서 기뻐한다. 이것도 기쁨이요 저것도 즐거움, 복을 지은 자기의 깨끗한 업(業)을 보고. 17 이승에서 뉘우치고 저승에서 뉘우치고, 악을 행한 사람은 두 곳에서 뉘우친다. ‘나는 악을 행했다.’ 생각해 번민하고, 죄를 바로 받아 더욱 크게 고통받는다. 18 이승에서 기뻐하고 저승에서 기뻐하고, 선을 행한 사람은 두 곳에서 기뻐한다. ‘나는 선을 행했다.’ 생각해 기뻐하고, 복을 바로 받아 더욱 크게 기뻐한다. 19 경전을 아무리 많이 외워도 행하지 않는 방일(放逸)한 사람은, 남의 소를 세는 목자(牧者)와 같아 사문(沙門)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 20 경전을 아무리 적게 알아도 법을 따라 도(道)를 행하고, 탐심과 어리석음 버리어 지식은 정당하고 마음은 해탈해서, 이승에도 저승에도 집착함이 없으면 그야말로 부처님의 제자이니라. (법구경, 김달진 옮김, 현암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