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행사 재조정…‘추모와 위로의 부처님오신날’

문화공연 이벤트성 행사 없애고
사망자 애도…실종자 귀환 발원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로 인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불교계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국 사찰은 봉축행사를 전격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하면서 전 국민적인 추모와 위로의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부산영남 위문품 현지 전달

1080개 촛불 ‘기원등’ 밝혀

연등회의 추모 분위기 전환은 불도(佛都) 부산 불교계가 가장 먼저 이끌었다.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회장 수불스님)는 지난 18일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1080개의 촛불 기원등을 밝히며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 생환을 한마음으로 염원했다.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점등식은 공연과 박수 없이 시종일관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어 부산불교연합회와 부산불교연합신도회는 19일 긴급회의를 갖고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인 26일 연등축제 연합대회와 제등행렬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자는 취지로, 기존의 화려하고 흥겨운 봉축 연합행사를 지양하기로 했다.

또한 각 사찰에서 진행하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식순을 포함, 생환을 기원하는 기도를 거행하고, 사찰마다 기원등을 걸기로 했다. 당초 예정된 전국 비보이 경연대회와 백일장 등도 취소하고, 체험 부스 및 대형등 전시로 행사의 규모를 최소화했다.

추모법회와 함께 현지에 대한 지원에도 발 벗고 나섰다.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는 진도군청과 팽목항 현장의 불교봉사팀에 생필품 등 현지에서 필요한 물품을 보내기로 했다.

부산불교연합회는 진도군청에 양말 2000켤레, 물티슈(60매) 2000개, 우비 1000장을, 팽목항 불교봉사팀에는 생강차와 모과차, 종이컵 1만개를 위문품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비용은 약 2000만원 상당에 이른다. 이와 함께 부산 대광명사(주지 목종스님)는 창건 5주년 기념법회를 실종자 무사귀환 법회로 바꾸었다.

대구와 경북지역 봉축행사도 취소 또는 축소됐다. 대구불교총연합회(회장 성문스님)는 26일 예정된 관등놀이 연등회 계획을 대폭 변경해 관등행렬은 취소하고 봉축법요식은 실종자 무사생환 기원 및 희생자 추모법회로 거행한다.

또한 26일과 27일 각각 예정된 영천과 경산지역 봉축행사와 연등축제가 전면 취소됐으며 23일 예정됐던 대구경북불교합창제는 무기한 연기됐다. 아울러 예천유등문화제추진위원회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행사를 대폭 축소해 목련음악회 등 축하공연을 취소하고 경건한 분위기속에서 무사생환을 기원하며 점등식을 갖게 됐다.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원산스님)도 ‘통도연등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통도사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하고, 실종자 수색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기로 했다.

통도사는 1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와 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창원시불교연합회도 ‘다문화·외국인주민 한마당축제’ ‘봉축 특별공연’ 등 일체 공연과 이벤트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세월호’ 희생자 추모식을 갖는 등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한다.

울산 월봉사(주지 오심스님)도 세월호 무사귀환 발원 및 희생자 극락왕생 발원을 기원하는 기도를 봉행하고 있다. 봉축행사를 간소하고 조촐하게 거행하기로 하고, 지난 18일부터 기원기도를 갖고 있다. 산사음악회와 예술 공연은 취소했다.

울산 황룡사(주지 황산스님)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반혼제를 열어 망자의 넋을 달랬다. 황룡사는 20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70여명의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희생자 반혼제’를 봉행했다.

관등축제 ‘관등재’로…호남지역 ‘추모의 빛고을’

살풀이춤 시낭송 등 아픔 달래는 공연도

광주전남 지역 불교계도 봉축행사를 대폭 줄이고 추모법회 성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2014 빛고을 관등축제 봉행위원회(위원장 연광스님)는 지난 21일 회의를 열고 봉축행사의 내용과 일정을 수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단 명칭부터 관등법회에서 망자의 원혼을 위로하는 관등재(齋)로 변경했다.

아울러 문화공연 등 모든 부대행사를 취소하되 추모법회를 열기로 했으며 살풀이춤 시낭송 등으로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는 방향으로 내용을 바꾸기로 했다.

당초 26일과 27일 이틀간으로 계획된 일정 역시 26일 하루로 단축했다. 이와 함께 순천 동천에서 열리던 순천 봉축등 축제와 영암군 연등축제도 취소됐다.

전북 불교계도 진도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 무사귀환을 위해 예정됐던 봉축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전북 봉축위원회는 18일로 예정됐던 35사단 연등제를 취소한데 이어 19일 개최키로 한 온고을 한마당 잔치와 전북불교연합합창제를 전격 취소했다. 또 오는 26일 전주시청 노송광장에서 진행하는 연등축제를 축하공연 등을 생략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치르기로 했다.

이밖에 5월3일로 예정된 6탄약창 연등제와 위문법회 등도 간소화해서 치른다. 고창 봉축위도 21일과 26일로 예정됐던 봉축탑 점등식과 고창군민 어울림 마당 행사를 각각 취소했다. 26일 치러지는 고창 연등축제도 최소한의 행사로 치를 계획이다.

문화행사는 대부분 취소…충청 ‘경건한 기원법회’

천안과 공주, 부여, 예산, 청주, 제천 등 충청권의 불교사암연합회도 최근 잇따라 회의를 갖고 세월호 사고로 인해 봉축행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5교구본사 법주사(주지 현조스님)는 매년 개최하는 유등제의 식전행사를 취소하고 경건하게 불교의식만 진행하기로 했다. 제6교구본사 마곡사(주지 원경스님)는 26일 개최 예정인 신록축제 및 산사음악회를 무기한 연기하고 영산전 천불부처님 이운대법회만 봉행하기로 결정했다.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지운스님)는 29일 내포신도시에서 수덕사 권역의 5개시ㆍ군 조계종주지협의회와 합동으로 봉행하는 합동법요식 및 연등축제의 식전행사로 준비한 모든 공연을 취소했다. 이날 합동법요식은 희생자 추모 및 무사생환 기원법회로 봉행하며 제등행렬시 연등에 근조 리본을 달아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도 식전행사 공연과 불꽃놀이 등을 취소하고 조용하고 엄숙하게 봉축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법회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위령제를 올리고 제등행렬 시에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위해 150여 개의 영가등을 준비해 불을 밝히기로 했다. 청주청원불교연합회도 5월3일로 예정됐던 봉축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강원제주…연등 대신 ‘백등’ ‘촛불’

제3교구본사 신흥사(주지 우송스님)는 지난 19일 열릴 예정이던 연등축제를 오는 5월2일로 연기했다. 또한 각종 공연과 폭죽 사용은 자제한다는 계획이며, 추후 상황을 봐서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동해시불교사암연합회(회장 원명스님)와 신도연합회는 지난 19일 열릴 예정이던 영동지역찬불가경연대회 및 큰스님 초청법회와 29일 열릴 예정이던 연등회 제등행렬을 모두 취소했다.

제4교구본사 월정사(주지 정념스님)는 26일 오후7시 진부고수부지에서 열리는 진부제등행사를 무사귀환 발원 및 희생자 추모법회로 변경해 거행한다.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약 1시간20분 동안 진부일대에서 장엄등 대신 백등과 촛불을 들고 추모행진을 갖고 실종승객의 무사귀환을 발원하고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제주불교연합회(회장 성효스님)는 26일 열리는 연합법요식과 제등행렬을 축제가 아닌 세월호 희생자 추모법회로 전환해 봉행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법요식에는 세월호 실종자 생환과 희생자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분향소를 설치하고 제등행렬에는 장엄등 대신 추모현수막과 영가등을 들며 국민적 애도 물결에 동참하게 된다. 신나는 노래와 풍물과 난타공연 대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노래들만 선보이며 참가자 전원이 추모리본을 착용한다.

또한 제주불교연합회와 태고종 제주교구종무원(원장 성률스님)은 22일부터 26일까지 제주 탑동광장에 임시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시민들과 아픔을 함께 나눴다. 서귀포불교연합봉축위원회(대회장 진우스님) 역시 19일 예정됐던 연등회 제등행렬을 전면 취소하고 연합법요식은 차후로 연기했다. 서귀포불교합창단연합회는 27일 예정됐던 서귀포불교합창제를 5월10일로 연기했다.

美특별교구 등 해외서도

수원시연등축제연합회(회장 성관스님)는 지난 19일 화성행궁광장에서 연등축제 대신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생환 기원대법회’를 거행했다.

2000여명이 참가한 기원대법회 법요식을 통해 무사생환을 기원한 뒤 화성행궁광장 내에서 개인 행렬등을 든 채 생환기원 탑돌이로 진행됐다. 장엄등은 전시됐으며 기타 전시 및 체험행사, 문화공연은 모두 취소했다.

미국의 교민불자들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법회를 연다. 미 동부 해외특별교구 소속 사찰들은 27일(한국시각)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법회를 열 계획이다.

특별취재팀=이성수 장영섭 허정철 박인탁 엄태규 기자 | webmaster@ibulgyo.com
[불교신문 2014년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