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 스님, 일본 하나조노대 초청 간화선 특강 나서

11월 23일 특강에 100여명 청중 몰려…호응 관심 커

수행전통 유지하는 금모굴 방문 등
양국간 임제종 전통 이해하며
상호 유대 장 마련

동국대학교는 일본 교토 하나조노(花園)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일본 임제종 종립대학인 하나조노 대학의 국제선학연구소는 2013년 국제선학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올해의 특별행사로 ‘간화선의 탐구’ 특강을 기획하고 대한불교조계종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인 수불스님을 초청하였다. 하나조노 대학은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서옹스님께서 유학하신 대학으로, 일본 임제종 묘심사파가 일본사회에 임제선을 구현하기 위해 1872년에 세운 대학이다. 묘심사파는 교토 5산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본산으로, 일본 전국 6.000여개 임제종 사찰 중에서 3.500여개 사찰을 말사로 두고 있다. 서옹스님은 동국대학교 초대 선원장을 지내셨는데, 그 인연이 이어져 이번에 하나조노 대학은 현 동국대학교 국제선센터 선원장인 수불스님을 초청한 것이다.

특강이 열린 하나조노 대학 교당에는 정면에 일본 임제종 중흥조인 하쿠인(白隱) 선사가 그린 일원상이 높이 걸려있었다. 호소가와 게이츄 학장, 요시다 에이레이 불교학과장을 비롯한 많은 선학자들, 대학원 및 학부 학생들 그리고 신문과 벽보를 보고 찾아온 교토시민 등 100여 명의 청중들은 진지하고도 뜨거운 열기로 간화선의 이론과 실제를 소개하는 수불스님의 법문에 귀를 기울였다. 통역은 조선불교를 전공한 한국통인 나카지마 시로 교수가 맡았다.

수불스님은 먼저 인사말에서 임제종의 전통을 강조했다. “우리 동국대학교와 일본 하나조노 대학교는 유사한 건학이념과 교육목적을 나누고 있습니다. 양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인 지혜와 자비를 바탕으로, 대승불교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설립된 명문 사학입니다. 특히 양교 모두 임제종의 전통을 잇고 있는 대학교라는 점에서, 오늘의 행사는 법형제로서 서로 법을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되어 더욱 감회가 깊습니다.”

그리고 이번 특강과 대화를 통해 양교가 더욱 우의를 돈독히 하고, 한국과 일본의 불교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서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였다. 특히 일본 학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한국불교 간화선 수행법의 실체를 공개하겠다고 하여 큰 호응과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장장 3시간에 걸친 특강과 질의응답이 끝나자, 청중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하였다. 수불스님은 특강 후 범어사 목판본 ≪선문촬요≫를 대학 도서관에 기증하였다.

특강이 끝나고 학과장 요시다 스님은 수불스님과 그 일행을 특별히 인근의 묘심사파 정식선원인 ‘금모굴(金毛窟)’로 안내하였다. 이 선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곳으로, 수좌들은 12세기 일본 임제종 개조 에이사이(榮西)가 들여온 송대 수행전통을 엄격히 유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선방은 혹한이나 혹서에 대비한 냉난방 시설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출입문과 창문도 없이 자연에 그대로 개방되어 있었다. 공양간이나 해우소도 수백년 된 전통 그대로 운영되었고, 먹거리도 수좌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해결하고 있었다.

이어 묘심사 개산당(開山堂)과 방장(方丈) 그리고 탑묘(암자)를 둘러보면서, 한일 양국의 수선(修禪) 학자들은 일본 특유의 선원 정원인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에서 말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마침 단풍철을 맞이하여 흰 자갈 위에 점점이 떨어진 붉은 단풍잎을 바라보면서, 일행은 준엄하고도 간명직절 하게 본지풍광을 드러내는 임제가풍이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호이해의 귀중한 장(場)을 마련하였다. 양교는 앞으로도 깊은 유대를 유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본=김홍근 박사(한국간화선연구소 책임연구원) | linus@hyunbul.com
[현대불교 2013년 1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