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법을 이운하는 금어연”

범어사, 480일간 제작

아름다운 전통 연 재현

고종 황제 위한 연 이후

100년 만에 이뤄진 ‘문화불사’

명천스님 지휘로 24개 분야

16명의 명인 참가해 제작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수불스님)에 소중한 문화유산이 제작됐다. 부처님을 법당으로 모시는 가마, 즉 ‘연’(輦)을 조성해 지난 20일 일반에 공개한 것. 불교의 재 의식에 사용하는 연은 사찰 문 밖에서 신앙의 대상과 재를 받을 대상을 도량으로 모셔오는 의식에 사용된다. 하지만 현재는 그 형태만 유지할 뿐, 전통적인 방식의 연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장 최근에 제작된 연은 조선 고종 당시 제작된 것으로 100년 전의 일이다.

이날 범어사는 금어연(金魚輦)을 조성을 마치고, 우란분절을 맞아 20, 21일 이틀간 일반에 공개했다. 폭 50cm 크기의 금어연은 480일간 24개 분야, 16명의 무형문화재 및 장인들이 함께 제작했다. 총도감은 명천스님이 담당했다. 명천스님은 2009년 불교미술대전과 전승공예대전에서 가사를 선보이며 대상과 특선을 각각 수상한 바 있다. 붉은색 주사와 옻칠로 색을 입힌 연은 부처님을 모신 가마속 연실 부분을 비롯해 각종 장식, 매듭, 그림을 각 분야 전문가를 통해 제작한 것이 특징. 중요무형문화재 제114호 염장 조대영 씨가 대나무를 1mm 이내로 쪼개 발을 제작했다. 또 전통염색의 명인인 김복주 씨가 각종 염색을 담당했으며, 금.은 입사의 장석 제작, 매듭 등 각 분야마다 국내 최고의 명인들이 제작에 참가했다.

지난 20일 범어사 대웅전 앞 마당에서는 금어연 시연행사 및 고불식이 봉행됐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정전 60주년을 기념한 한반도 평화대회를 상징하며,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금어연이 본대회를 한달 앞두고 조성돼 매우 기쁜 마음”이라며 “금강송을 기증해 준 경북 울진 남부산림청과 연 조성에 혼신을 다한 명천스님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와 불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대회의 성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명천스님은 “고종 황제를 위한 연이 제작된 이후 사실상 100년 만에 각 분야 장인들의 원력이 모여 금어연으로 거듭났다”고 말하고 “연은 사바세계와 부처님이 계신 세계를 연결하는 각종 상징물이 담겨진 작은 법당이다”며 각 구성요소와 의미를 밝혔다. 금어연의 특징은 향낭에 범어사 창건설화가 담긴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되는 과정을 금물로 그렸다는 점. 또 매듭은 매우 가는 선을 한지와 함께 꼬아 금박을 입혔는데 3m10cm 길이의 선을 짜는데만 꼬박 3개월이 소요됐다. 그렇게 해서 만든 수술이 총 300여 개. 발걸이에는 남북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의 조각을 새겨넣고, 상륜부의 탑은 복발 부분으로 장식했다. 또 연 주변은 봉황과 거북, 백호, 용을 그려넣고, 하단 부분에는 부산을 상징하는 오륙도와 범어사 등 다양한 문양을 첨가했다.

명천스님은 “매듭을 장식한 구슬이 인드라의 망을 의미하고 있으며, 고려시대 직조법을 재현해 표현한 참연은 아미타부처님의 가사형태를 띄고 있다. 하나의 장식과 문양마다 경전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범어사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길이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480일간에 걸친 금어연의 제작과정은 부산 MBC 다큐멘터리로 꾸며져 오는 9월23일 방영될 예정이다.


■ 연이란


연은 세속에서는 임금만이 탈 수 있었던 가마인데, 전체적으로 조그만 집 모양으로 생겼다. 가마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안악고분 주인도(主人圖)에도 가마가 등장한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법당으로 모시는 운반수단으로 연을 제작했다. 보통 8명이나 16명이 들수 있도록 했는데, 현재 대부분 사찰에서 사용하는 연은 가마를 매우 단순화 시킨 것으로 2명에서 4명이 들 수 있도록 했다. 송나라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고려의 화려한 가마를 소개하고 있다. 서긍은 “위에는 나는 봉을 만들고, 네 모통이에 연꽃이 보이는데 행진하면 흔들린다. 아래는 붉게 칠한 좌석을 앉히고, 네 개의 대에는 용머리를 만들었다”고 기록했는데, 금어연은 이런 상징물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금어연은 향후 중요한 재 의식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부산=안직수 기자
[불교신문 2013년 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