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선을 통한 동양의 멋 부여
대지 위 여백 美 안국선원

한옥에 있어 여유를 느끼는 것은 남은 여백에서 고조된다. 여백, 비어있는 공간으로 채우지 못했지만, 우리 삶 속에서는 여유이자 집이다.
우리네 건축물 역시 아무것도 담지 않은 빈 공간이기를 기대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햇살이 담기고, 새가 날아다니며 공간을 채우는 곳. 여기에 바람이 쓸고 가는 빈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건축물은 시대성과 문화사고가 반영되고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의 생활이 변하듯이 건축물도 함께 변해야 한다. 과연 우리 건축물인 한옥은 우리의 삶이 변하는 동안 얼마만큼 변화하였는가?
한옥은 억울하다. 고건축이란 과거의 역사적 실례가 아닌 오늘날에 있어서도 유효한 방법을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전통이어야 한다.
변화를 주고 변화를 주지 말아야 하는 기준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한옥이 진정 사람의 배려가 있는 공간이라면 시대와 문화의 변화에 같이 변화해주는 공간이어야 마땅하다.

이제 우리 건축물 한옥 속으로 들어가보자.
서울 가회동 11번지에 위치한 안국선원은 두 채의 한옥을 하나의 건축물로 연결하였다. 늘 그러하듯 이곳 역시 공사 전 모습은 참으로 숨을 쉬기가 힘들만큼 답답한 구조였다. 이에 한옥 원형의 건물 외에는 모두 철거하고 그 공간은 여백으로 두어 동양적인 한옥의 미를 살려 보고자 했다.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마당 가운데에 손바닥만한 정원을 만들어 바닥의 전돌이 주는 무거움을 피하고자 했다. 안마당 벽은 위채에서도 보이는 벽면 일부에다가 전통 꽃담형태의 문양을 넣어 단조로운 벽의 이미지를 탈피하였다.
후면은 뒷담을 철거하고 아래 선원 본당과 연결되도록 대문을 만들었다. 또 홑처마이면서 서까래가 짧아 집이 인색한 느낌이 있어 부연을 달아 겹처마로 작업하였다. 그 주변은 전체를 정원으로 조성하여 전체적으로 간결한 집에 부드러움과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진행_이시정 기자 사진_변종석
자료제공_북촌HRC(www.myhrc.co.kr, 02_742_5042)

[현대주택 2007년 11월 No.379]